컨아밈의 세계
컨아밈이 기존의 멘토와 조금 다르다면, 관찰자의 자리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로 컨아밈은 익명성 뒤에 숨어서 자신을 감추려는 노력을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컨아밈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으며, 자신이 누구와 친한지, 어떤 사람과 결혼했는지,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 안에 놓여 있는지, 얼마만큼 실패했는지에 관하여 겁도 없이 썰을 푼다. 그러니까 컨아밈은 자신이 봇이 아니라 현시창을 맛보고 있는 살아 있는 한 예술가이자 과도한 이상적 자아를 소유한 어쩔 수 없는 관종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컨아밈의 썰은 그래서 다른 게 아니라 컨아밈이란 계정을 쓰는 결함 있는 범박한 한 예술가가 살아온 방식이며, 그 예술가가 보는 미술계이며, 그 예술가 가지고 있는 예술관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정치적 미술이나 공공미술에 대한 편견을 근거 없이 드러낼 때도, 때때로 기금을 향한 무조건적인 적의를 보일 때도, 때때로 소수자 스테레오타입을 무성의하게 희화할 때에도, 철학자를 인용하는 예술가를 조롱하면서도 자신의 인용구가 틀렸음이 탄로 날 때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애초에 어떤 큰 진리를 여기서 얻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