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비평은 왜 실종됐을까?
다 아는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에 전업 미술비평가가 있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먹고살까? 운 좋으면 대학 강의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교수도 아니고 강사법이 개정된 이후 계속 주어지던 강의도 이제 하나만 남았다—달랑달랑한다. 간간이 미술잡지란 곳에서 원고 청탁이 오는데 그런 곳의 원고료라고 해봤자 뻔할 뻔자다. 미술 매체에서 들어오는 청탁은 대다수 값싼 원고료에 짧은 지면이 주어진다. 비평계의…
다 아는 이야기를 해보자. 여기에 전업 미술비평가가 있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먹고살까? 운 좋으면 대학 강의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교수도 아니고 강사법이 개정된 이후 계속 주어지던 강의도 이제 하나만 남았다—달랑달랑한다. 간간이 미술잡지란 곳에서 원고 청탁이 오는데 그런 곳의 원고료라고 해봤자 뻔할 뻔자다. 미술 매체에서 들어오는 청탁은 대다수 값싼 원고료에 짧은 지면이 주어진다. 비평계의…
*이 글은 영화 <소년시절의 너>의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극장에서 영화 <소년시절의 너>를 보던 중이었다. 뜬금없이 빅뱅의 <거짓말> 뮤직비디오가[1] 떠올랐다. <거짓말>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다. 이 작품은 주인공(권지용)이 도망치다가 어느 여자와 전화를 한 뒤 체포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여자가 일상적인 일을 하는 중간중간 흑백 장면이 교차되며 사건의 내막이 드러난다. 여자는 어떤 남자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반격하다가 그를 죽이고…
* 본 글에는 독자에 따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쿠에타핀, 카바마제핀, 리튬, 모든 벤조디아제핀과 비벤조디아제핀계 약물에 영광과 축복 있으라. 부모는 솜씨가 서툴러 손상된 인간을 낳았고 약물이 나를 손보고 있습니다. 반 쪽짜리 인간의 우화를 악착같이 파고들었던 때가 있다. 반편이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는 불충분한 얘기들. 넉살 좋게 존재론을 주워섬기는 종자들은 제발…
매우 고통스러운 꿈을 떠올려보자. 나는 출구가 없는 곳에서 뛰고, 또 뛰다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휘말려 끊임없이 가라앉는다. 그 꿈이란 우리 삶에서 우리를 추락시키는 일련의 사건 속에 틀어박혀 있는 것에 가깝다. 그러한 문제적인 삶이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빼곡한 악몽이다. 검은 개들은 꼬리를 흔들며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우울은 퇴치되지 않는다. 온갖 증오 어린 말들이 나를 가격하고,…
지난 6월 3일에서 13일까지의 아주 짧은 기간, 김현주의 <프레임>이라는 전시는 여성과 사회인으로서 느낀 곤란을 점묘 드로잉을 통해 그려내고 있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한 작업 당 6개월에서 2년까지도 소요되는 각고의 소산이다.) 나는 마침 더현대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워홀의 전시를 보고 났던 터라 당혹감이 꽤나 컸는데, 작가의 노력이 주류 미술사가 일궈온 개념들에 관한 개인적 반발처럼 보였기…
1. 1975년, 스위스의 전시 기획자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은 <독신자 기계>라는 이름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는 굵직한 모더니즘 소설들과의 연관을 큰 특징으로 하고 있었는데, 제만은 프랑스 작가 미셸 카루주(Michel Carrouges)가 발표한 『독신자 기계』라는 책을 전시의 중요한 참조점으로 삼았다. 카루주는 마르셸 뒤샹의(Marcel Duchamp)의 그 유명한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1915-1923)(이하 <큰 유리>로 약칭.)에 대단히 매료되었던 작가였고,…
※ 본고는 일본 만화가 망가F타로 작품 ‘죄와 벌’의 줄거리가 실려 있으며, 나체, 피, 구토, 설사 등 충격적인 이미지를 대거 포함하고 있기에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 심약자, 미성년자의 열람을 금하며, 본고에 실린 이미지로 인해 초래될 심리적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 본문에 등장하는 스틸 이미지는 각종 블로그 및 웹사이트에서 캡쳐되었습니다. 시각 자료는 글 해당 부분을 클릭하시면 새 탭에서 열기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노가다 게임이라는 비난의 표현은 이제는 상투적일 뿐이다. 하지만 게임에 관한 진정으로 상투적인 인식을 상기해보자면 이는 다소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게임을 즐기는 일은 흔히 취미 혹은 여가 활동으로 여겨지고 이는 특히 무엇보다도 노동과는 전혀 상반되는 활동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당연하게도 노동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과도한 노동, 속된 말로 노가다를…
1. 늘 그래왔듯 무빙 이미지 작업에는 조각난 전자음들이 함께 재생된다. 나아가, 미술관은 이러한 음악들이 더 이상 시각 예술을 위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여기며, 할당된 공간을 점거할 수 있는 또 다른 예술 형식으로 전시한다. 예술가들은 사운드를 전시장에서 우두커니 바라볼 수 있는 무형의 오브제로 출품한다. 알다시피, 이러한 전략은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다다(Dada)를 거쳐 플럭서스(Fluxus)까지, 미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