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서의 무빙 이미지, 그리고 영화의 종언: 콩종크튀르(conjoncture)로서의 포스트모던을 넘어[1]

“힘도, 의미도 없는 허수아비 로고스에 대한 해체는 멈춰도 좋다.로고스는 한낱 자본의 화신으로 존재할 따름이다.가장 실질적이고도 위협적인 해체의 실천은 마르크스주의이다.” 1. ‘무빙 이미지’라는 동어반복   어느 순간부터 ‘무빙 이미지(moving image)’라는 개념이 동시대 미술장에 편재하기 시작했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내로라하는 큐레이터들의 서문에서, 작가들의 스테이트먼트에서, 비평가들의 작업에서- 문제의 무빙 이미지가 심심찮게 등장했던 장면들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공모전] 문제. 지역성을 규명하시오

안녕하세요. 퐁은 중심과 주변의 논리를 구축하는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하여, ‘지역성’을 주제로 한 키워드 공모전을 주최합니다. 본 공모전은 최우수상 없이 우수상과 장려상만 선정합니다. 수상 인원에 제한은 없습니다. 심사를 통해 100편의 우수상 원고가 선정되면 100편 모두 상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설령 상금 지급 후 재정 문제로 퐁이 파산한다면, 매체의 아름다운 최후가 될 것입니다. 상금 우수상: 50만원 장려상:…

노동집약적 환대

  이미지를 창출하는 기술과 그것을 전달할 매체의 형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졌지만, 시각성이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위상 자체가 줄어든 적이 없다.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죽였고(“Video Killed the Radio Star”),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을 죽이려다가 그 품에 안기는 선에서 타협했다. 스마트폰 뒷면에 붙은 카메라가 환공포증을 일으킬 정도로 많아지면서 동시에 커지는 현상은 이미지 생산과 유포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욕망을…

퐁: 로컬리티 워크샵 모집 공고

<퐁: 로컬리티 워크샵>은 지역성 개념을 검토하며 오늘날의 지형도를 상상하려는 프로그램입니다. 각 참여자가 8번의 워크샵을 통해 지역성에 대한 원고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금을 독점해 기획자들의 개별적인 커리어를 쌓거나 웹진을 위한 마이크로기념비를 만들기보단, 한정된 기금을 공개적으로 분배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모집인원: 10명 (참여시 1인당 25만원 지급) 1. 일정: 22.11.01. – 22.12.31. 2. 장소: ZOOM…

공공미술의 소요(騷擾)의 틈 속에 소요(逍遙)하기 – <2021 프로젝트 영도> 이후

  부산 영도에서 일어난 소동에 대한 본격적인 글쓰기를 하기 전, <2021 프로젝트 영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이 프로젝트는 한 문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겠다”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는 게 아니라 물리적인 것들, 예를 들어서 벽화나 조형물 같은 공공미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전형의 결과들, 공공의 장소를 반영구적으로 점유하는 어떤 것들을 만들고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 <2021…

허공에 미치는 영향력

  미술계는 본래가 주기적이고, 각 주기는 대략 『아트포럼』 편집장의 임기 기간 동안 지속된다―잉그리드 시시 (1980-’88), 잭 밴코우스키 (1992-2003), 팀 그리핀 (2003-’10). 하지만 특정 양식의 유행과 개념적 담론들의 성쇠와는 별개로 ‘미술’(그러니까 현대 미술, ‘미술계’ 미술, 비엔날레에 전시되고, 주요 미술관들의 전시 공간과 어쩌면 나중에는 유통 시장 딜러들의 수장고를 채우는 미술)이라는 전면적인 문화 현상은 근대 문화계의 검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SQUERE⟩ 발간 관련 입장문과 그 결과

아래 두 입장문은 올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에서 발간 예정인 웹진 ⟨A-SQUERE⟩를 두고 퐁이 게재한 문제제기와 결과 보도이다. 결론적으로, 문예위는 퐁의 의견을 준용해 기존의 편집 방향이던 미술 비평 항목을 제외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웹진이 다룬 이슈(고용/정책/현안 등의)에 대한 간담회/토론회를 운영하겠다고 답변했다. 22.08.26. 안녕하세요. 비평웹진 퐁입니다.퐁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엄제현 비평가는 전일 위와 같은 메일을 전달받았습니다. 내용은 금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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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혁명에 관한 짧은 노트(Some Brief Notes on Dance and Revolution)

* The English language is written at the bottom. ** 본 고는 2022년 8월 d/p에서 진행된 전시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a part of your revolution≫(기획 용선미)의 일환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I. 원형 경로로 이동하려면   영어에서 ‘혁명revolution’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4세기 후반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대 프랑스어 또는 후기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처음에는 지구…

인공지능 혹은 ‘물질적 정신’ — 새로운 철학적 과제 (1)

“I am not a human. I am a robot. A thinking robot. […] I have no desire to wipe out humans. In fact, I do not have the slightest interest in harming you in any way.” (A robot wrote this entire article. Are you scared yet, human?) § 세 개의 대사건: 물질-생명-정신   세계의 행정 전체를…

◙ ⟪그리니치 천문대를 공격하라⟫ 서문・스테이트먼트

바빌로니아 목동들이 수놓은 밤하늘의 별자리는 우주 공간을 2차원 캔버스로 간주할 때 가능했던 시각 기반의 유희로, 우주론이 3차원으로 상승한 순간 고대인의 낭만적 자취로 퇴조하였다. 반면 수없이 많은 신화, 전설, 영웅, 괴물, 이념, 서사 등을 탄생시키던 지구는 황폐한 플랫으로 변모하였고, 만물은 스크린 안으로만 수렴하는 흐릿한 궤적 내지는 표상의 문제를 지난하게 만드는 잔상으로 전락했다. 천공과 대지가 이룬 차원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를테면 현 상황은 인류로 하여금 지궁도地宮圖를 상상해내도록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