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엄제현의 티티카카 [3]친환경, 매체

자연, 전시의 환경 윤리 엄제현(이하 U): 세 번째 만남이군요. 조재연(이하 C): 난 오늘이 마지막인 줄 알았어. U 그러니까. 뭔가 많이 달려온 느낌이야. 자네가 자꾸 약속 펑크해서 그래요. 미루고 뭐 하고 막 이래서. 회사 때문이죠? 제가 자네 대표랑 정상회담 좀 할게요. 자네 내일부터 퐁으로 출근시키겠다고. C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고 하고 싶은데 제게 가오가 있을까요… U 오늘 보여주세요. 친환경 차례에요. 탈인간…

조재연×엄제현의 티티카카 [2]정체성, 인간

LGBTQ+ 엄제현(이하 U): 두 번째 토크가 밝았습니다. 오늘 역사에 남을 준비되셨나요? 조재연(이하 C): 감당할 수 있다. U 오케이 땡큐입니다. 정체성으로 묶인 키워드는 크게 끌리지 않는 낱말들이 많았어요. 인간도 그렇고. 그래서 오늘은 두 챕터를 한꺼번에 다루려고 합니다. 정체성부터 하죠. LGBTQ+가 머리네요. 먼저 한 번 느끼는 바를 말해주시죠. C 왜 맨날 제가 먼저에요. U ㅋㅋㅋ제가 호스트고 당신이 게스트니까 그렇죠. C LGBTQ+ 정체성을 지닌…

조재연×엄제현의 티티카카 [1]테크놀러지

본 기획은 미술전문지 『아트인컬처』의 23년 3월호 특집 「동시대미술 키워드」의 톺아보기로, 아트인컬처의 기자이자 비평가인 조재연과 함께합니다. 엄제현(이하 U) 뭐라고 시작해? 운 한번 띄워보세요. 조재연(이하 C) 지금부터 조재연과 엄제현의 티티카카를 시작하겠습니다. U 작위적이네요. 이번 토크로 몇 명의 적을 만들 각오까지 하셨죠? C 저는 단 한 명의 적도 만들 생각이 없는데요. U 그럼 여기서 접죠, 그냥. C 응 U 이거 하다보면 뭐 어차피 실명 나오고 할 수밖에 없어요. 피 튀길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아?…

왜 사회주의인가?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쟁점들에 전문가가 아닌 자가 사회주의라는 주제에 관한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나는 몇몇 이유들로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우선 그 문제를 과학적 지식의 관점에서 숙고해 보자. 천문학과 경제학 간의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양쪽 모두의 영역에서 과학자들은 일군의 한정된 현상에 관한 일반적인 수용성의 법칙을 발견하고자 하며, 이는 이들 현상들의 상호연결을…

균질성과 시차

  자본주의적 시간은 폐허와 재건, 번영의 과정을 함축하는 땅의 시간이다. 이것은 하비의 자본순환 도식에서 건조환경 조성을 위한 구 건축물 및 지리환경의 파괴·재개발에 관한 언술이다.[1] 또한 자본이 토지 자연물을 사회체의 정박지로 재구축하는 시간에 대한 언술이다. 건조환경은 인간 생활자가 구조에 가깝게 인식하는 건축물의 총체다. 구조에 가까이 인식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건조환경은 생활자 개인이 경험하기 이전부터 이미 마련되어…

사변死變적 실재론, 벤 우다드의 암흑 생기론 해제

“때때로 생명은 지복이라기보다는 공포로서 경험되고,잠재적인 것의 충만함이라기보다는 철저히 의미 없는 공백으로도 경험된다”– 제인 베넷, 《생동하는 물질》  “위대한 가문이라니. 그저 종양 덩어리에 불과한 것을.제멋대로 수를 불리고, 무리를 짓고, 살아가다, 죽겠지.언젠가 별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필연의 때가 오면, 언젠가 잠들어 있던 옛것들이 다시 깨어나면,이 연약한 대지의 껍질을 깨고 다시 부화하면, 우리의 필연적인 종말은 찾아오는 것이다.(…) 파멸이 우리…

점액질의 존재론적 전회 The ontological revolution of slime

糸瓜咲いて/痰のつまりし/佛かな수세미 피어도/가래 응어리졌고/후불이려나[1]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플루타르코스는 질료, 형상, 결여privation로 대변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세 가지 원리를 신화적으로 해석했다.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신화에서는 필멸과 부조화의 악신인 세트 또는 튀폰이 상징하는 결핍steresis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엠페도클레스는 이 선한 원칙을 ‘우정’ 또는 ‘친근감’이라 부르기도 하며, 종종 화합Concord을 “차분한 표정짓기”라고 부르고, 악한 원칙을 ‘저주받은 싸움’과 ‘피로 얼룩진 갈등’이라고 불렀다. […]…

※퐁의 새 프로젝트 ⟨스피드런⟩ 창설을 알립니다.※

안녕하세요. 퐁입니다.작년에 ⟨퐁: 로컬리티 워크샵⟩을 진행하기 전 몇몇 워크샵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요.결과적으로, 퐁 역시도 정례적인 워크샵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워크샵은 정해진 참여자가, 몇 차례 모여,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또한 기금 경제에 의존해 부침을 겪지도 않습니다.우리는 폭죽처럼 여기저기서 화려하게 선보이는 전시들을 경유하기로 했습니다.우리의 워크샵 참여자는 그때그때 달라지며, 그날그날 모이고 흩어지며, 어떤 결과물도 요구하지 않습니다.우리는 이것을 노마딕워크샵으로…

시골에서 펼치는 로컬리티의 아나키즘적 사유

  먼지가 모여서 세계가 되고, 세계가 부서져서 먼지가 된다. 먼지를 떠나서 세계가 따로 없고, 세계를 떠나서 먼지가 따로 없다. 먼지는 먼지가 아니고 세계는 세계가 아님을 말한 것이다.[1]   나는 4년 전 제주도 서쪽 시골 마을에 위치한 전통 농가를 구해 귤나무, 닭, 개, 사람 그리고 무수히 많은 지상 지하 생명체들과 동거하고 있다. 미술관옆집이라 명명한 이곳에서 창작과…

로컬에서 살아남기

일하는 중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옆 가게 베어링집 사장님이 노가리를 숯불에 구웠다고 와서 먹으라는 문자였다. 행사 때 나눠 먹으려고 넉넉하게 주문한 노가리를 사장님께 드린 것인데, 본인 공장에 불이 잘 피워지는 미니 그릴을 장만하신 걸 자랑하실 겸 문자를 보내신 모양이다. 사장님께 이따가 놀러 가겠다고 답장을 보내고, 나는 다시 사무실 책상에 앉아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를 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