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ffiti In Pusan 부산 그래피티 20년, 로컬의 이야기

1.시작과 만남    Pc통신 시절 극소수의 매니아들에 의해 형성된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는 2000년대에 접어들며 인터넷의 발전과 보급의 확대로 동호회 등의 형태로 급속도로 확장된다. 당시 수많은 취미 모임이 생겨난 것과 함께 써브컬처와  언더그라운드 커뮤니티를 갈망하던 매니아들이 온라인 카페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존재가 드러난다.  2000년 부산의 한 고등학생(지알원)이 이런 흐름에 가세하여 하나의 카페를 만들게 된다. 이름하야…

첫 문장에 주목하여 <자본>을 읽자

초록   통념과는 반대로, <자본>에서 전개되는 마르크스의 분석은 상품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으며, 부(富)를 출발점으로 한다. 이 사실은 상당한 이론적, 정치적 함의를 품고 있다. 키워드   <자본>-부-상품-현상형태/가상(假像)[1]-혁명 자본가적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富)는 ‘상품의 방대한 집적(集積)으로 나타나며, 개개의 상품은 이러한 부의 기본형태로 나타난다.[2] [The wealth of those societies in which the capitalist mode of production prevails, presents…

◐ 여전히 말해지지 못한 것들이…

  산 자가 산 자 대신 말하는 대의민주제는 오늘날 완전히 희망을 잃은 듯 보인다. 그런 사정과 별개로, 죽은 자는 여전히 산 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산 자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배회하거나 같은 자리에 결박된 채 억눌려 있을 뿐이다.   금번의 포럼 ⟨여기에 뼈가 있다⟩는 경산 코발트 광산에 여전히 매장된, 최대 약 삼천 오백…

◐ 추모의 이상향과 우상향의 그래프

사회적 의무로서의 추모   특정 지역과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장례는 시신을 처리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부패하는 시신을 살아있는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격리시켜 질병의 창궐 따위를 막는 중요한 일이다. 조선 시대에서 풍수지리의 중요한 역할은 묫자리를 지정하는 건데, 최대한 시신이 빨리 썩어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양지바른 땅을 위해 바로 이 풍수지리가 작동했다. 시신이 썩지 못하면 지하수를…

◐ 세 페이지 소설 시리즈(1): ‘소인연구소’ 김XX소장 인터뷰-경산 코발트 광산 방문에 갈음하여

“딱 까놓고 말해 보자구. 남덜 힘든 걸 못 느끼는 게 그게 죄야?당신들 아니할말로 차별 없애자, 없애자 맨날 그러면서. 요새 뭐?공감 능력도 지능이라매? 그럼 지능 떨어지는 사람 차별하자는 거야 지금?”– 소인 연구소 김 소장 사전 인터뷰 중(2023.6) 기록관의 노트   아래는 2023년 7월의 어느 날 연락을 끊은 김 소장을 인터뷰 한 내용입니다. 방문 당일에 잠시 이루어진…

◐ 미완의 질문: 보도연맹 이후 서정시를 쓸 수 있는가?

“인간적 욕망은‘긍정적’으로 주어진 실재적 객체가 아니라다른 욕망을 지향한다는 사실에 의해서 구별된다.(…)이러한 본질적 차이를 무시해 버리면인간적 욕망은 동물적 욕구와 유사하다.”-A. 코제브(Alexandre Kojève)   나치가 기획한 홀로코스트가 600만 명의 유대인 사망자를 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것은 그 규모와 집행체계 면에서 인류의 경악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경악은 언제나 자연발생적인 것만은 아니다. 요컨대 거기에는 연합군의…

◐ 대구미래대, 그리고 사라진 사과

  경산에 코발트 광산이 있다. 한때는 이 공간을 언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아이고 말 다 못 합니다”(대구매일 1960년 5월 22일) 하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사회는 레드 컴플렉스가 깊게 박혀 있었고, 학살 피해자들은 보도연맹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때가 찾아온 것은 2001년 어느 날이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제작이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매주 일요일…

◐ 죽음은 해석의 문제

  종교, 사변, 환각, 임사체험. 어느 것을 통하더라도 산 자는 사후를 확정할 수 없다. 따라서 산 자에게 죽음은 해석의 문제다. 해석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 산 자는 죽음의 현시와 그 개념을 어떻게 순화하고 받아들일지를 발명해야만 했다. 이러한 노력은 원시인류에서부터 지역을 불문하고 확인되었으며, 내세관과 장례의 긴밀한 결속은 정신문화의 주된 부분이 되었다.   개체의 생물학적 삶이 어떤…

조재연×엄제현의 티티카카 [5]작은 이야기

엄제현(이하 U) 대망의 최종장. 밥 먹이고 달래 가며 만들어낸, 조재연 기자와의 마지막 시간이군요. 조재연(이하 C) 견디고 읽다보면 늘어가는 아트 지식! 티티카카의 마지막 화! 지금 시작! U 오늘 대주제는 ‘작은 이야기’네요. 그전에 기획의 모태가 된 3월 호의 동시대 미술 키워드 제작비화 들려줄 만한 것 없어요? 키워드 받아본 후 편집부의 반응이나. C 티티카카를 이어오면서 매번 이 키워드가 무슨 의미일까, 왜 나왔을까…

조재연×엄제현의 티티카카 [4]현실참여

문화정치  엄제현(이하 U) 요사이 미술계의 머리가 되어버린 비평적 대안, <티티카카>의 네 번째 날입니다. 아트인컬처의 차기 편집장을 꿈꾸는 기자 조재연 씨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문화정치 이거는 동시대 미술 주제로 보기 어려운데… 이동연 선생 창창할 때 하던 말 아니에요? 조재연(이하 C) 맞아요. 『문화과학』이라는 잡지도 그러한 기반을 가지고 있죠. U 이동연 선생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그 잡지는 뭐였죠? C 그게 방금 제가 말한 거예요. U 이걸 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