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A-SQUERE⟩ 발간 관련 입장문과 그 결과

아래 두 입장문은 올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에서 발간 예정인 웹진 ⟨A-SQUERE⟩를 두고 퐁이 게재한 문제제기와 결과 보도이다. 결론적으로, 문예위는 퐁의 의견을 준용해 기존의 편집 방향이던 미술 비평 항목을 제외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웹진이 다룬 이슈(고용/정책/현안 등의)에 대한 간담회/토론회를 운영하겠다고 답변했다. 22.08.26. 안녕하세요. 비평웹진 퐁입니다.퐁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엄제현 비평가는 전일 위와 같은 메일을 전달받았습니다. 내용은 금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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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혁명에 관한 짧은 노트(Some Brief Notes on Dance and Revolution)

* The English language is written at the bottom. ** 본 고는 2022년 8월 d/p에서 진행된 전시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a part of your revolution≫(기획 용선미)의 일환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I. 원형 경로로 이동하려면   영어에서 ‘혁명revolution’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4세기 후반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대 프랑스어 또는 후기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처음에는 지구…

인공지능 혹은 ‘물질적 정신’ — 새로운 철학적 과제 (1)

“I am not a human. I am a robot. A thinking robot. […] I have no desire to wipe out humans. In fact, I do not have the slightest interest in harming you in any way.” (A robot wrote this entire article. Are you scared yet, human?) § 세 개의 대사건: 물질-생명-정신   세계의 행정 전체를…

◙ ⟪그리니치 천문대를 공격하라⟫ 서문・스테이트먼트

바빌로니아 목동들이 수놓은 밤하늘의 별자리는 우주 공간을 2차원 캔버스로 간주할 때 가능했던 시각 기반의 유희로, 우주론이 3차원으로 상승한 순간 고대인의 낭만적 자취로 퇴조하였다. 반면 수없이 많은 신화, 전설, 영웅, 괴물, 이념, 서사 등을 탄생시키던 지구는 황폐한 플랫으로 변모하였고, 만물은 스크린 안으로만 수렴하는 흐릿한 궤적 내지는 표상의 문제를 지난하게 만드는 잔상으로 전락했다. 천공과 대지가 이룬 차원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를테면 현 상황은 인류로 하여금 지궁도地宮圖를 상상해내도록 주문한다.

◙ 지궁도에 관한 노트 : 예술이 한 발 앞설 수 있다면

* 본 고는 ⟪그리니치 천문대를 공격하라⟫ 전에 비치되어 있던 텍스트입니다. 동시대 전시의 의의   ‘플랫’이라는 단어가 표상하는 세계의 골조는 실제 세계와 얼마만큼의 동조율을 지닐까. 2010년대 후반까지 여러 비평가들의 입을 거침없이 오가면서 현 시기 ‘리얼’을 담보할 수 있다는 듯 강조되던 이 낱말 이후가 논의될 수 있을까. 본 전시는 바로 이 ‘플랫’을, 그리고 그 이후를 모색하기 위해…

◙ 혁명을 위한 절대적 지도 제작 The absolute cartographical: 《그리니치 천문대를 공격하라》에 관한 노트

누가 믿을 것인가?들리는 말에 의하면 모든 시계탑 밑에 서 있던 새로운 여호수아가마치 시간이 못마땅하기라도 하듯이시계판에 총을 쏘아 시간을 정지시켰다고 한다.– 발터 벤야민   전시장은 삼양로의 언덕 중턱에 있었다. 주의 깊은 누군가는 (혹은 주의 깊은 누군가만이), 유리 출입문에 붙인 검은 비닐(vinyl) 시트가 눈높이에서 원형으로 도려내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었다. 문을 열면 어두운 방 안에 앉아있던 가드이자 안내자이며 [내가…

◙ 구멍 난 스크린 위로 전초기지를 세우며

  ⟪그리니치 천문대를 공격하라⟫로 들어가는 문에는 폭탄이라도 한 발 맞은 것만 같은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일종의 전시 해설에 해당할 <지궁도에 관한 노트>에서는 “스크린은 어떤 경우에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폭격의 대상이 스크린이기는 할 것이다. 오늘날 스크린은 ‘플랫’과 함께 세계에 대한 설득력 있는 형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그리니치 천문대를 공격하라⟫는 그러한 스크린에 구멍을 내고는, 안과 밖을…

선전 이후의 선전물들: 이대 시위에서 MC무현, 그리고 성재기까지

탈정치? 미적 정치의 재출현   2016년, 이대 시위라고 이름 붙여진 독특한 정치적 사건이 출현한다. 이 낯선 정치적 사건에선 과거의 시위나 운동을 표상하던 전형적 형식인 민중가요나 저항가가 울려 퍼지는 대신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대중가요가 불려졌다. 그리고 시위의 주최측은 ‘운동권 총학의 참여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집단 행위가 ‘정치색을 띤 어떤 외부세력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 사건이 흔히 생각하는…

자연의 가상화, 가상의 자연화

자연은 인간 외부의 물질적인 삶의 토대이면서 인간 내부의 본성(nature)을 동시에 가리키는 낱말이다. 자연과 마주한 인간은 자신의 노동력이라는 하나의 자연력으로서 외부의 자연과 내부의 자연을 함께 변형한다. 우선 자연은 인간 외부에서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인간에 의해 역사적으로 구성된다. 레닌은 자신의 저서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에서 당대의 철학적 유물론이 우리의 의식 밖에 존재하는 객관적 실재라는 그런 물질의 유일한…

보이스 볼텍스 Voice Vortex : 영화 <그녀>와 <아노말리사> 속 목소리의 풍경

발성 영화에는 위압적이고 모두 볼 수 있는 명령권자인 음성 존재들 옆에,완전한 지(知)와 시각이 부여받지 못한 의심하고 있는또 다른 종류의 음성 존재들이 언제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미셸 시옹 『영화의 목소리』 0.   내 나이 스물하고도 세 살 무렵, 조금은 특별한 이유로 이비인후과에 간 적이 있다. 통상적인 진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 아니라 목소리 교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