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펼치는 로컬리티의 아나키즘적 사유

  먼지가 모여서 세계가 되고, 세계가 부서져서 먼지가 된다. 먼지를 떠나서 세계가 따로 없고, 세계를 떠나서 먼지가 따로 없다. 먼지는 먼지가 아니고 세계는 세계가 아님을 말한 것이다.[1]   나는 4년 전 제주도 서쪽 시골 마을에 위치한 전통 농가를 구해 귤나무, 닭, 개, 사람 그리고 무수히 많은 지상 지하 생명체들과 동거하고 있다. 미술관옆집이라 명명한 이곳에서 창작과…

로컬에서 살아남기

일하는 중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옆 가게 베어링집 사장님이 노가리를 숯불에 구웠다고 와서 먹으라는 문자였다. 행사 때 나눠 먹으려고 넉넉하게 주문한 노가리를 사장님께 드린 것인데, 본인 공장에 불이 잘 피워지는 미니 그릴을 장만하신 걸 자랑하실 겸 문자를 보내신 모양이다. 사장님께 이따가 놀러 가겠다고 답장을 보내고, 나는 다시 사무실 책상에 앉아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를 내며…

미술왕: 지방 미술대생 수기, 당사자라서 반박 안 받음

지방 미술대학 생활에 관한 짧은 수기   2012년 지방 미대의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첫 1학년 동안은 그냥 재미가 있었다. 노는 것도 노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과제가 ‘잘’ 그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미술에 대한 이해를 성숙시키는 일은 아주 다른 것이다. 당시 내가 미술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냐면, 학교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데려갔었는데 아주 빠른 걸음으로 전시를 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