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보가 큰 실수의 수행성에 관한 유연한 설화
(괄호 안의 글은 독백으로)
머리말
이 이야기는 우연한 실화로부터 출발한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171쪽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조천지서는 약 한 달 전인 3월 6일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경찰관 대부분이 교체돼 상대적으로 방어하기에 불리한 상태였지만, 4월 3일 새벽 무장대의 공격을 받았을 때 한 사람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조천지서에 근무했던 정도일은 ‘어떤 순경이[1-잠시 후 등장할 그는 이 이야기에서 곧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목숨 여럿 살릴 어느 사건에 연루된다.] 우연히 밖을 내다보다가 은밀히 지서로 접근하는 무리를 발견해 한 발의 공포탄을 쏘았는데 모두 도망갔는지 그것으로 상황이 끝났다’고 증언했다. 무장대 측 자료는 ‘40명이 99식 총 2정으로써 포위전은 완전히 성공했으나 사전 발각으로 퇴각’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연히 창을 보고 때맞춰 총을 들어 빵! 했더니 모두 잠시 살았다. (이하 ‘창 총 빵’) 이 민담은 셰헤라자데 장치로[2-‘셰헤라자데 장치’는 웹상의 디지털 매체를 변용하여 오디오비주얼 형식의 복잡계를 발생시키는 호부다. 이 장치를 작동시키면 온라인상에 가상의 소리 환경이 나타나고, 여기서 빛과 소리로 이루어진 예기할 수 없는 시간이 한없이 펼쳐진다.] 발생된 <창 총 빵>을[3-3개의 웹사이트, <창>과 <총>과 <빵>으로 구성된 작품] 무대로 펼쳐진다. 무대 어디선가 “개굴개굴” 개구리가 울고 있다. 조명 페이드인.
“‘조천지서에서 있었던 일이다. 무장대가 습격해 올 거라는 소식을 들은 조천지서에 긴장감이 감돈다. (딱똑딱똑딱) 시간이 똑 딱 똑 딱 흐른다. 이제 곧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목숨 여럿 살릴 조천 지서의 어떤 순경이 공교롭게도 우연히 밖을 내다본다. 때마침 적막 한 돌담 위로 삐죽 튀어나온 죽창이 순경의 눈에 띈다. 무장대다! 놀란 순경이 황급히 (슬로우모션) 총을 집어 든다. (섬세히) 허겁지겁 장전을 하고는 (개굴개굴) 엉겁결에 빵 ! (공포탄 소리를 신호로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빠짐없이 따로 또 같이 일사불란하게 허둥지둥 마치 하나같이 하나둘 산산이 산개하며) 모두 유연히 무대를 빠져나간다.’ 컷! 오케이! 오케이 사인을 신호로 때맞춰 모두 창 총 빵 무대를 빠져 나간다. 조명 페이드아웃.
다음 날. (서서히 무대가 밝아질 무렵) ‘사실은’ 셰헤라자데가 토끼 눈을 하고 왕을 쳐다보며, ‘근데 사실은 끝에 가서 결국 다 죽어. 정말? 사실은 그래. 정말로?’ 왕이 펄쩍 놀라 무대 한켠에 지어진 작업실로 뛰어간다. 쿵쾅쿵쾅. 자신의 명령으로 만든 창과 총과 빵의 세계가[4] 다행히 (우연히) 여전히 똑 딱똑 딱[5] 돌아가고 있다. ‘엄마야!’ 아직은 살아있는 상태. 식겁한 왕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행이다!’ 다행히 지금은 자신의 창과 총과 빵이 (우연히) 때맞춰 창총” (버퍼링) “빵 돌아가는 상태. 그런 상태가 무정히도 무정히” (또 버퍼링) “돌아가는 시간. 그런 무정한 시간을[6] 유심히 바라볼 수 있는 목숨이” (버퍼링) 자꾸만 연결이 끊기자, 셰헤라자데가 왕의 눈치를 살핀다. 다행히 잠시 후 “다행히 붙어 있는 상태” 컷! 무대 암전. 다음 날.
[4] <창>과 <총>과 <빵>이라 불리는 3개의 웹 사이트. 신드밧드는 ‘셰헤라자데 장치’라는 호부charms로 인터넷 네트워크 환경과 웹 프로그래밍 언어 그리고 온라인 상의 다양한 스트리밍 매체를 이용하여 규칙과 우연을 기반으로 진화하는 오디오비주얼 형식의 웹 사이트를 발생시킨다. (※여기서 명령은 일종의 rule이 확실하지만, 우연성으로 표현된 contingency는 어쩌면 law일 수도 있지마는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5] 접속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머무는 동안 비선형적인 생장을 이어나가다, 사이트를 닫는 순간 영영 사라지고 마는 가상의 실제 장소site. 덧없는ephemeral 사이트의 한없는 가능성은 늘 변덕과 함께 띡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6] 온라인상에 벌어지는 가상의 공간. 웹 프로그래밍 언어로 짜여진 변함없는 규칙이 인터넷 네트워크상에서 실제 실행될 때, 네트워크 환경의 제어할 수 없는 (버퍼링과 같은) 우발적 요인에 의해, 단순히 주어진 명령을 따르는 기계적인 수행 과정에 예기할 수 없는 틈이 벌어진다. 이렇게 벌어지는 우연한 틈을 타고, 이들의 기계적인 운동에 변덕스런 호흡이 나타나게 된다. 호흡. 생각해 보면, 잠시 내가 조물락 조물락 만질 수 있던 물질로 나타나 (언젠가 우연히 지금 이러한 글을 쓰게 하고 또 언젠가 지금 이 글을 읽게 할 필연적 요인이 될) 나를 태어나게 하고, 또 무심코 제어 할 수 없었던 요인에 의해 예기할 수 없는 순간에 다시 흩어져 (부디 어딘가로) 돌아간 ‘엄마’로 불리던 존재의 대체할 수 없는 호흡처럼, 무정한 형태로 현현되고 (인터 넷)창을 닫으면 사라지는 비선형적이고 덧없는ephemeral, 오직 한 번뿐인 시간이 내겐 생명처럼 아쉽고 귀하다. 언젠가 똑똑한 이가 찾아와 사실이라 일러준 적 없다는 그 흐르지 않는 시간에 그녀와 함께 발 담그고 시시콜콜 지지고 볶던 그때가 오직 그때뿐이라는 사실이 아쉽고 귀하다. 이제사 되돌릴 수는 없어도, 이제라도 되새길 수는 있는 (없다는 그) 시간이, 무심한 사실과 다르게, 여기 여전히 생생히 지금처럼 버젓이, 다행히 남았다는 사실을 유심히 살피는 어느 시공간의 즉흥 앙상블.
에드가 엘런 포의 단편 『천일야화의 천두 번째 이야기』에 ‘세헤라자데’로 등장하는 셰헤라자데가 등장하여, 천일야화[7-그녀의 서브리미널한 주술] 끝에 마침내 겨우 죽음 충동에서 벗어나 무대 중앙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는 왕의[8] 곧추선 시각을 다시 사정없이 흔든다. 여기서는 『천일야화의 천두 번째 이야기』에 나온 말을[9] 그대로 인용하겠다.
[8] 에드가 엘런 포에 따르면 왕이 ‘그 자신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 단호한 성품’을 지녔다고 한다. ‘그 자신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 단호한 성품’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 자신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인물로 이 무대에 등장한 왕은 그 자신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해피엔딩을 맞은 바로 다음 날 천두 번째 밤이 되어 셰헤라자데를 목조르기에 이른다. 왕은 그렇게 이야기의 다음날을 기약하지 못하도록 서스펜스의 숨통을 끊으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세 번째 밤은 어김없 이 왕 없이도 찾아오고 만다. 뒤지고 싶으면 혼자 뒤져!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개구리가 보다 못해 소리친다. “개굴개굴”
그녀는 천두 번째의 밤에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텔미나우 이즈잇소오어낫』에 나온 말을 그대로 인용하겠다. “내 귀여 운 동생아, 이제 교수형에 대한 그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흉악한 의무도 기쁘게 철회되고 나니 난 너와 왕에게 죄스럽구나. 신밧드 이야기의 대단원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신밧드는 내가 이야기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고 다양한 모험을 겪었단다. 하지만 사실. 그 이야기를 꺼냈던 밤 난 졸렸어. 그래서 이야기를 짤막하게 해야지 하는 유혹에 넘어간 거야. 알라신만이 용서하실 커다란 잘못이야. 하지만 내 태만을 만회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지. 왕은 저렇게 코를 곤단다. 신사라면 하지 않을 일이지. 몇 번 꼬집어서 왕이 저 끔찍스런 소리를 못 내도록 깨워야지. 그러고나서 곧 너무나 재미있는 그 이야기의 속편으로 널(원한다면 왕도) 즐겁게 안내해주마” 이에 대해서 세헤라자데의 동생은『텔미나우 이즈잇소오어낫』에 의하면 그다지 고마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왕은 충분히 꼬집히고 나서, 마침내 코고는 것을 멈추고는 드디어 “흠!”, “후!”하는 소리를 냈다. 이 소리는 틀림없이 아라비아말이었을 것이다. 그가 주의를 기울이며 더 이상 코를 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것을 지켜본 왕비는 만족해하며 즉시 신밧드 이야기로 돌아갔다. “신밧드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이것은 세헤라자데가 읊은 신밧드 자신의 이야기이다.) ······ 마침내 이렇게 나이를 먹고 고향에서 여러 해 동안 평온한 삶을 즐긴 후에도, 나는 외국을 여행하고 싶은 욕망에 다시 한번 사로잡혔다. 어느 날 가족 누구에게도 내 계획을 알리지 않은 채 나는 가장 (중략)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통행증을 주겠다.” 세헤라자데가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텔미나우 이즈잇소오어낫』의 저자에 의하면 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말로 놀랍구나 사랑스런 왕비여. 지금까지 신밧드의 그 이후 모험을 빠뜨렸었다니. 아아! 내가 그 모험들을 얼마나 재미있고 신기하게 생각하는지 너는 아느냐?”
왕은 그렇게 다시 셰헤라자데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잠에서 깬 왕은 이어지는 이야기가 어쩐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셰헤라자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인걸요”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결국 이 이야기가 “또 어떤 사람은 두 개의 시끄러운 소리로 침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두 개의 밝은 빛으로 깊은 어둠을 만들어냈다. 또 (중략) 이 부족 전체는 이처럼 너무나 놀라운 마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종족이 생겨나기 2,000만 년 이전에 지구상에서 사라진 물체를 쉽게 볼 수 있었다.”[10] 라는 사실에 이르자 왕은 급기야 ‘엉터리 같은’, ‘억지소리’, ‘번드르르하고’,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셰헤라 자데는 그런 왕의 무례한 방해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자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왕은 더 이상 자신의 분노를 참지 못하였다.
왕은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얼굴을 심하게 찡그렸다. “이제, 그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구나. 이제 참으려 하지도 않겠다. 너는 이제 껏 내게 끔찍한 두통을 주었노라. 네 거짓말로 인해 내 머리통이 지끈지끈하도다 날도 이제 보니 밝아오기 시작하도다. 우리가 결혼한 지 도대체 얼마나 되었나? 다시 양심에 가책이 생기는구나. ······ 너는 나를 바보로 아느냐? 이제 너는 일어나 목 졸리는 게 낫겠도다.” 『텔미나우 이즈잇소오어낫』의 기록에 의하면, 왕의 이 말은 세헤라자데를 거의 탄식과 경악의 상태로 몰아갔다. 그러나 자신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 왕의 단호한 성품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운명에 우아하게 복종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단한 운명의 줄이 자신의 목을 세차게 조르는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여전히 이야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성급한 언동으로 그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왕에게는 가장 적절한 보복이 되었다는 생각을 통해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처음부터 이야기 한 귀퉁이에 숨어 가만히 이 얘기를 지켜보던 개구리가[11] 보다 못해 그만 “개굴개굴” 소리치더니, 있는 힘껏 폴짝 뛰어, 목이 졸린채 의식을 잃어가는 세헤라자데의 입술에 덥석 입을 맞춘다. 그 순간 뿅! 세헤라자데에서 빠져나와 개구리와 몸이 뒤바뀐 셰헤라자데는 화들짝 정신이 돌아오지만, 난데없는 사태에 놀란 나머지 그만 어리둥절 낯선 몸으로 정신없이 폴짝대다가, 저도 모르게 이야기 밖으로 튕겨 나가고 만다.
[11] 개구리 탄생과 관련된 민담 『인간 공주』에 등장하는 생명과 다산의 여신 ‘헤케트’라는 설이 있다. 마법에 걸려 그만 인간이 되어버린 공주가 우연히 개구리 왕자의 키스를 받고 원래대로 개구리로 돌아온다는 내용의 고전적 개구리 설화. 하지만 공주에게 걸린 마법이 입맞춤과 함께 왕자에게 옮겨가고, 왕자는 공주 대신 인간이 되어 떠돌다가 훗날 어쩌다 이야기마저 잠든 어느 숲에 이르러 또 다른 이야기에 정착해 살다가 그 속에서 영영 잠이 든다.
프롤로그
가까스로 곧추선 현장을 빠져나온 사내는 중산간 어딘가 대나무 숲 근처에 몸을 숨겼다. (중략) 한편, 가까스로 ‘천두 번째 이야기’에서 튕겨 나와 폴짝폴짝 토끼던 셰헤라자데는 어느 산 중턱에 이르러 개굴개굴 예기할 수 없는 이야기의[12-천세 번째 이야기] 목숨을[13-길이duration] 이어나가게 되는데······
창[14]
[14] 신호탄을 위한 신호 또는 액막이. 개구리의 뜻 모를 소리가 일으키는 파동이 매일 밤 사내의 몸에 닿는다. 매일 밤 무심코 축적된 매일의 뜻 모를 경험이 사내의 창을 액막이로 둔갑시킨다.
사내는 매일 밤 대나무 숲에 숨어 하릴없이 죽창을 만지작거린다. 대나무 한 귀퉁이에 숨어 그런 사내를 지켜보던 개구리는 어느 날 사내에게 다가가 토끼 눈을 하고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왕의 명령을 들으면 안 된다’라며 개굴개굴 주의를 준다. 하지만 한낱 인간일 뿐인 사내의 귀에는 그저 대나무 숲 어딘가에서 울리는 듣기 좋은 개구리 소리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구리는 매일 밤 “개굴개굴” 포기하지 않는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중략) “개굴개굴” 듣기 좋다. 사내가 말한다. 그는 그렇게 중산간 대나무 숲에 숨어 하릴없이 개구리 소리에 불안을 달래며 시간을 보낸다. “개굴개굴” (중략)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명령이 떨어진다. 죽었다 깨어나도 개구리 속을 알 리 없는 한낱 인간인 사내는 결국 죽창을 들고 명령을 따라 길을 나선다. 칠흙같은 밤, 더듬더듬 산길을 내려가 (중략) 마을 어귀에 이른다. 저 멀리 돌담 너머 건물이[15-조천지서] 보인다. (두근두근) 바짝 엎드려 (두근두근) 죽창을 꽉 쥔 채 (두근두근) 돌담 밑을 숨죽여 (두근두근) 기어간다. 한참을[16-한참은 역참과 역참 사이, 대략 25리, 즉 10km 정도를 말로 달리는 시간을 말한다. 말이 한참을 쉬다가 한참을 달리는 통에 사내는 말 없이 한참을 기었다.] 기어간다. 똑딱 똑 딱. 적막한 가운데 곧추선 긴장감. 똑 딱똑 딱. 그러다 문득 (개구리 소리에 맞춰) “개굴개굴” 돌담 너머 어디선가 개구 리가 울기 시작한다. 매일 밤 심란한 맘을 “개굴개굴” 달래주던 개구리 소리가 들리자, 사내의 긴장이 조금 수그러든다. “개굴개굴” “개굴개굴”[17-신호탄을 위한 신호를 위한 신호탄] 듣기 좋다. 그러자 저도 모르게 사내의 자세가 틀어져 쥐고 있던 창의 곧추선 끄트머리가 얼떨결에[18-결 중의 결] 빼꼼 돌담 위로 삐져나오고 만다.
총[19]
[19] 호부.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따르면, 호부나 액막이의 형태는 무궁무진하다. 그것은 일상의 사물로 둔갑하여 결정적 순간에 효력을 발휘하며 삶을 이어나가게 돕는다. 총의 얼굴을 가진 호부. 호부의 꼴로 살아가는 조력자. 조력자로 분하여 영웅의 귀환을 돕는 또 다른 영웅의 사례는 수 많은 이야기 속에 여러 형태로 버젓이 숨겨져 있다. 이야기의 얼굴을 가진 호부가 책에 숨어 기다린다.
무대 한가운데 놓인 돌담 너머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안에는 곧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목숨 여럿 살릴 어떤 순경이 불안을 달래며 보초를 서고 있다. 똑딱 똑 딱. 적막한 가운데 곧추선 긴장감. 똑 딱똑 딱. 그러다 문득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에 맞추어) 곧 좌우위아래 막론 하고 본의 아니게 목숨 여럿 살릴 이 순경이 ‘우연히’ 창밖을 내다본다.[20] 마침 돌담 위로 뭐가[21-신호탄을 위한 신호] 삐죽 튀어나온다. 이를 본 순경이(놀란 표정으로) 엉겁결[22] 총을 집어 “빵!”[23]
[23]기록에 따르면 공포탄, 신화에 따르면 헤르메스의 거꾸로 신은 신, 천일야화 에 따르면 셰헤라자데의 매일 밤 이어지는 이야기와 그것의 서브리미널한 수행성, 현대에 이르러, 공중전에서 유도 미사일의 추적을 따돌리는 섬광탄(플레어)의 기만술, 등. 예로부터 죽음의 추격을 피해 삶으로 (잠시) 달아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수가 있었다. 일종의 사보타주. 얼척없는 왕의 무리한 명령에 복종하는 (척하는) 가운데 (무리하 게 대놓고 토끼 눈으로 서브라임에 대항하다가는 별 수 없이 간을 내놓는 이야기로 뻔히 끝날지도 모르니깐) 끝까지 따르는 듯 줄거리를 따르다 아무리 따져도 도무지 예기 할 수 없는 어느 결정적 순간에 척 벌어지는 불가항력의 틈을 타고 자연스런 척하고 벗어나는 예기할 수 없는 (모르긴 몰라도 없어도 있고 있어도 없어 뵈는 자유의지의 가능성 혹은 평행우주로의 한없이 꽉찬 스페이스) 판타지. 다시 말해, 왕왕 울려대는 왕의 무시하기 힘든 명령 틈틈이, 무심코 울려 퍼지는 마더네이쳐의 서브리미널한 목소 리 “개굴개굴” 살자는 소리. 그런 자연스런 순리를 따라 부디 싸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엣징 충동의 더럽게filthy 순수한 진동. 반복되는 추동.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럴 수밖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을 수 있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수가, 찾아보면, 늘 우리의 실수 안에 무리수처럼 있어 왔다. 이러한 무리수와 실수의 예는 한도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다. 게다가 그런 “소리는 위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을에서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필연성에 틀어박혀 끝날듯 끝나지 않는 이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어쩔 수 없이 바라보던 왕은 천일 하고도 하루가 지나는 어느 날 예기할 수 없는 (저런) 어쩔 수 없는 실수 앞에서 그만 무리수는 실수를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문 을 열고 마을로 내려온다.
[20] 성 중의 성, 우연성의 여왕 마더네이쳐의 명령을 따르는 조력자(셰헤라자데 개구리)의 사운드 “개굴개굴”의 수행성. 그녀의 서브리미널subliminal한 주술 이 “개굴개굴”이라는 주문을 통해 마더네이쳐의 성, 우연성 안에서 작동하는 장면. 그녀의 주술은 주문의 메시지가 의식을 통해 전달되는 명령의 방식이 아닌, 차단할 수 없는 감각을 통해 잠재의식에 스며들어 우연과 더불어 수행성을 얻는 서브리미널한 방식을 취한다. 여기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지만, 순진한 척 하지마. 그러다 다 죽어.
[22] 예기할 수 없는 주문, 결 중의 결인 얼떨결과 짝을 이루는 결. ‘엉겁’은 끈끈 한 물건이 범법이 되어 달라붙은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개구리로 둔갑한 셰헤라자데의 서브리미널한 주술 “개굴개굴”이 이때 엉겁결 사내의 귀에 달라붙어 사내의 자세에 얼떨결 틈을 내는 한편, 순경의 총구에 끈끈히 달라붙어 결과적으로 산개를 위한 신호탄으로 작동하게 하였다는 설이 있다. 당황한 나머지 예기치 않은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결인, 엉겁결의 수행성에 관한 사례는 도처에 무궁무진하며 지금도 여전히 작동 중이다.
빵[24]
[24] 돌아가 엄마를 하루 더 볼 수 있게 된 사내의 또 다른 하루를 그리는 셰헤라자 데의 시네마 <천세 번째 이야기>의 빅뱅의 순간. “빵!”하는 소리와 동시에 모두 산개 하여 이야기는 다음 날의 가능성을 얻는다. 셰헤라자데 장치는 셰헤라자데의 천세 번째 이야기의 끝을 (한동안) 한없이 지연시키는 호부다. 언젠가 어디선가 감히 대항하기 힘든 왕의 곧추선 명령이,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아쉽고 귀한 하나뿐인 엄마가 고생 고생 낳아준 이 목숨을 내놓으라 할 때, 에드가 앨런 포의 천두 번째 밤도 이겨내고 또다시 천세 번째 하루를 가능케 했던 마더네이쳐의 예기할 수 없는 힘을 믿고,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산개하여 또다시 좌우위아래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사방팔방 이어나갑시다. 그렇게 하루하루 또 천일을 흔들어, 곧추선 왕의 빳빳한 잣대가 그만 퓨퓨퓨 말랑말랑 귀여워지기를 기다려봅시다. 아니면 십색이 우뚝 섰을 때 띡 자르고 말지 뭐~ 셰헤라자데가 토끼 눈을 하고 노래를 한다. 그러자 엄마로 분한 마더네이쳐가 (중략)
“빵!”하는 소리와 함께 곧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모두모두 따로 또 같이 (각자 즉흥적으로 살길을 찾아) 왕의 무대 밖으로 튀어 나간다. 허공을 가르는 신호탄을 신호로 잠자코 있던 마더네이쳐의 목소리가[25] 불현듯 떠오르며 곧추선 왕의 명령이[26-곧추선 파라노이아의 잣대, 예외 없는 모노 리듬, 빈틈없는 관념, 망령된 망령, 그러나 셰헤라자데의 엣징을 추동하는 무시할 수 없는 충동.]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너 나 할것 없이 모두 홀린 듯 정신을 차리고 마치 하나같이 저마다 따로 또 같이 극히 돌아갈 곳으로 정신없이 똑바로 산개하여 퇴장. (이때 모두 최대한 자연스레 허둥지둥 감히 어찌 왕의 명령을 거역하겠냐는 듯한 표정으로 어쩌구저쩌구 지극히 너의 곧추선 잣대에 끌려 군말 없이 참말로 명령을 받들어 여기까지 오지 않았냐는 표정에서 ‘너의 곧추선 잣대에 끌려’를 시치미 뚝 떼고 방백으로 처리하고선, 참고 참고 또 참다가 훗날 마침내 대나무 숲에 이르러 마음껏 “개굴개굴” 독백으로 처리하며 진실로 어쩔 수 없이 ‘우연히’ 저마다 각자의 호흡으로 무대를 가로질러 죽었다 깨도 알다가도 모르겠는 저도 모를 시각을 따라 아무도 예기할 수 없는 시간으로 “개굴개굴” 때가 되어 자연스레 때맞춰 빠져나가며) 컷!
[25] 살아라! 저마다 산개하는 스키조프레니아의 예기할 수 없는 삶의 몸놀림. 그렇게 마더네이쳐를 따라 홈으로 돌아간 주자 중 일부는 보고픈 엄마*를 다시 만났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산개하여 다시 얻은 하루를 보고픈 엄마와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하루의 한없는 가능성. 한이 없는 하루. 셰헤라자데 장치는 마더네이쳐의 명령을 따라 주어진 하루를 천일 또 천일 이어나가며 한없이 (중략) 살아라! 자식아! 그렇게 살 만큼 살다 또 보자! 그렇게 마지막 하루가 여한 없이 벌어지는 셰헤라자데의 시네마. *제유법
에필로그
창총빵 창총빵 때맞춰 그렇게 가까스로 무대를 빠져나온 사내는 깡총 깡총 한없이 달려 그대로 그녀에게 돌아간다. 돌아가 보니,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27] 사내는 그녀의[28] 품에서 한없이 (개굴개굴)[29] 기뻐하리로다.
[28] 제유법. “그렇게 그는 ‘또 보자’라는 그녀의 말을 수행한다”라는 문장에서 ‘그녀’는 ‘또 보자’라는 말의 수행성으로 인하여 그가 또 보게 될 대상 모두를 말하는 제유이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좌우위아래 남녀노소 모든 가능한 스펙트럼을 막론하고 ‘그녀’를 또 보고자 하는 존재 모두를 말하는 제유이다. 한편, 여기서 그녀를 사내의 엄마로 보거나 또는 광의의 마더네이쳐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라 아직 명확히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29] 훗날 셰헤라자데 장치를 이용하여 만든 《구리개구리》의 기원이 기원전 3200년경 구리로 제작된 개구리 주조물이라는 가설이 있다. 인류가 만든 주조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이것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되었으며 또한 이야기 초반 한없는 이야기를 위해 셰헤라자데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지혜로운 개구리의 청개구리 자식이 흘러가는 강물에 어미를 묻는 동안 한없이 부른 《구리개구리》의 원형으로 알려졌다. 지역에 따라 “개굴개굴”하거나 “리빗리빗” 또는 “캐로캐로”하는 등, 문화에 따라 다양한 소리로 기록되고 있다.
다음날
다음 날. (토끼 눈을 하고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너를 바라보며) 근데 사실[30] 끝에 가서 결국 다 끝나. 정말? 사실은 그래. 정말? 사실이 그래. 정말? 근데 지금은 너와 나의 창과 총과 빵이 “개굴개굴” 돌아가 얼마든지 또 보려면 살아생전 보고 또 보고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아직도[31] 볼 수 있는 상태. 만나서 반가워. “또 보자!”[32]
[30] 사실, 다음 날 다시 벌어진 2차 교전에서 무장대 2명이 사망하고 순경 2명이 다쳤다. 사망한 무장대 2명 중 무대에 등장한 사내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사실, ‘다음 날’은 바로 다음 날이지만 ‘다음날’은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을 말한다.
[32] 천성정 (1949-2022), “또 보자”, 2022, 즉흥극
사내가 호부와 액막이 그리고 무수한 조력자와 더불어 엉겁의 결을 헤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자, 침상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사내에게 마지막 당부를 건넨다. “또 보자” 앞으로 사내의 호부가 될 그녀의 말이 나지막한 음성의 형태로 세계의 공기를 흔들며 나아가 그의 귓가에 닿는다. 그 순간 (어재 그간의 긴긴 모험으로 똑 부러진 사내의 바짝 가문 눈길에 하릴없이 철철 물이 넘쳐 흐르더니) 번뜩 정신을 차린 사내가 다급히 응답한다. “그래! 또 보자!” 혹여 그녀가 못 들었을까 염려된 사내가 아뜩한 정신을 부여잡고 정신없이 “또 보자!” 몇 번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말하던 어느 아득한 순간, “뚜우 뚜우 뚜우 뚜우” 무심히 반복되던 소리가 “뚜우우우” 하더니, 얼마 후 뚝 멈춘다. (무음 페이드인) 그녀가 가만히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자연스레 무대를 영영 빠져나갔다. (페이드아웃) “개굴개굴” (무대 암전) 언젠가 사내가 집을 나와 산을 오르고 또 산을 내려가 돌담을 기어 마침내 우연성에 닿은 어떤 날 “개 굴개굴” 좌우위아래 막론하고 엉겁결, 얼떨결을 따라 산개한 그날, 그렇게 그날이 다음 날 다음 날로 뚝 뚝 이어져 고작 74년 하고도 꼭 닷새가 되던 어느 날, 마침내 사내의 천세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주머니 1[32]
http://www.opqrstae.com/index.php?/array/surd-chang/
주머니 2[33]
http://www.opqrstae.com/index.php?/array/surd-chong/
주머니 3[34]
http://www.opqrstae.com/index.php?/array/surd-bbang/
[9] 에드거 앨런 포, 홍성영 옮김, “천일야화의 천두 번째 이야기,” 『우울과 몽상』, (하늘연못, 2002), 14쪽.
[10] 같은 책, 28쪽. 합성된 파동의 세기가 각각의 파동의 세기를 합한 것보다 줄어드는 상쇄간섭을 비롯한 여러가지 자연과학 실험을 말한다.
[27] 하박국 3:17-18
[30] 사실, 다음 날 다시 벌어진 2차 교전에서 무장대 2명이 사망하고 순경 2명이 다쳤다. 사망한 무장대 2명 중 무대에 등장한 사내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사실, ‘다음 날’은 바로 다음 날이지만 ‘다음날’은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을 말한다.
[31] ยัง
[32] <창>, 2024. 웹 사이트 (온라인상의 스트리밍 동영상 ‘Mindfulness Bell Sound, 60 BPM per minute (1 hour) Mechanical metronome, 2 MINUTES OF PURE BLACK SCREEN WITH NO SOUND FULL ULTR A HD 4K, Slow motion water ripples, pool ripples, YouTube Lute – Play it With Your Number Keys, 10 Hour Silent Count Up Timer│10 時間計測(無音)’을 웹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용하고 조합하여 생성한 웹사이트. 1080x1920px. (스트리밍 동영상 링크: https://bit.ly/playlist-chang)
[33] <총>, 2024. 웹 사이트 (온라인상의 스트리밍 동영상 ‘WATER DRIPPING IN CAVE EFFECT, Slow motion water ripples, Frog Sound #1 | Sound Effects, 5 Seconds Countdown Video No Audio, Service bell hotel bell restaurant bell stereo sound effect HQ 96kHz, Black screen 30 seconds, no sounds, blank for 30 seconds YouTube video, HD, Black Screen 10 Hours – Crickets and Frogs – Summer Night Sounds – Cricket Sounds – Frog Sounds – V4, Owl Sound Effects, JetBeam RRT-0 XML LED Flashlight Strobe Hz in Slow Motion, 60 Second Countdown Timer / NO SOUND, Om Bell Sound, Bamboo Rainstick, 39.8″ length, RS1L, played by Tayfun Schulzke – Meinl Sonic Energy, YouTube Lap Steel Guitar – Play Using Keyboard Number Keys, 10 Hour Silent Count Up Timer│10時間計測(無音), A ripple drop slowmotion’을 웹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용하고 조합하여 생성한 웹사이트. 1080x1920px. (스트리밍 동영상 링크: https://bit.ly/playlist-chong)
[34] <빵>, 2024. 웹 사이트 (온라인상의 스트리밍 동영상 ‘Thomas the Tank Engine: James vs Synth, 2 MINUTES OF PURE BLACK SCREEN WITH NO SOUND FULL ULTR A HD 4K, Mindfulness Bell Sound, Porto nightlife 2022: Porto RIBEIRA Portugal 4K Porto night walk, Unlimited 22″ Deep Circle Shaman Drum – “Community” | Gongs Unlimited, Morning Calm Beach, 風鈴の音、音合わせ風鈴の調べ(高岡銅器真鍮), 10 HOURS of Birds Chirping and Bees Buzzing – Beautiful Soothing Tunes of Scenic Flower Field, Sounds of a leaf bug, Police siren 7d sound effect no copyright, Tornado Lamp Clip, FREE Stock Cloud Footage | Aesthetic | HD Clouds | Iota Studios #Shorts, Crazy Yellow Golden Clouds Movement On Blue At Sunset, YouTube Trumpet – Play Using Keyboard Number Keys, 60 BPM per minute (1 hour) Mechanical metronome, Chorus of frogs and crickets 12 H / For Work, Study, Sleep, YouTube Alphorn – Play Using Keyboard Number Keys, 10 Hour Silent Count Up Timer │10 時間計測(無音)’을 웹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용하고 조합하여 생성한 웹사이트. 1080x1920px. (스트리밍 동영상 링크: https://bit.ly/playlist-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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