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왕: 지방 미술대생 수기, 당사자라서 반박 안 받음

지방 미술대학 생활에 관한 짧은 수기   2012년 지방 미대의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첫 1학년 동안은 그냥 재미가 있었다. 노는 것도 노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과제가 ‘잘’ 그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 미술에 대한 이해를 성숙시키는 일은 아주 다른 것이다. 당시 내가 미술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냐면, 학교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데려갔었는데 아주 빠른 걸음으로 전시를 훑고,…

만보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찰스 대너 뉴스를 찍어내서 소동을 일으키는 것이 신문의 의무다.– 시카고 타임즈   이것은 만보. 쉴 새 없이 치달리는 속보의 세계에서 후발선제의 묘리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한 느릿한 송출이다. 나로 말하자면 <뉴스페이퍼>의 비공식 리포터이자, 합의되지 않은 54번째 참여자 되시겠다. 뉴스페이퍼 ISSUE NO.3는 각 필자들에게 ‘신세계’라는 단어만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SQUERE⟩ 발간 관련 입장문과 그 결과

아래 두 입장문은 올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에서 발간 예정인 웹진 ⟨A-SQUERE⟩를 두고 퐁이 게재한 문제제기와 결과 보도이다. 결론적으로, 문예위는 퐁의 의견을 준용해 기존의 편집 방향이던 미술 비평 항목을 제외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웹진이 다룬 이슈(고용/정책/현안 등의)에 대한 간담회/토론회를 운영하겠다고 답변했다. 22.08.26. 안녕하세요. 비평웹진 퐁입니다.퐁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엄제현 비평가는 전일 위와 같은 메일을 전달받았습니다. 내용은 금년…

동료 선후배 문인 여러분께

  비평웹진 ⟪퐁⟫은 기본적으로 시각예술을 다루는 웹 저널입니다.  그러나 최근 문예계의 소설가 이기호가 제기한 <대한민국예술원법> 문제는 문인, 영화인, 미술인을 막론하는 사안이라 여겨집니다. <echo>는 텍스트 크리틱을 통해 비평에 관한 토론을 촉발하는 동시에, 예술계 저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가시화하고 기록하는 목적 또한 가지고 있기에 저자의 동의를 받아 페이스북에 게재된 전문을 수록합니다. 문제에 동참하는 서명은 아래 링크를 통해 가능합니다….

적대의 은어

 * 본 고는 퍼블릭 아트 2020년 10월호에 게재된 권태현의 <변화의 키워드: 프로그램 교차되며 확장되고, 어긋나며 연결되는 순간들>에 대한 메아리입니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인간의 말은 여러 가지 해석에 달라붙는다. 상찬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해석이 동등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보긴 어렵다. 이런 주장에 쏟아질 뻔한 반응들은 이미 지겹다. 텍스트는 각자의 보기를 드러내는 점에서 중요하고, 위계란 없으며,…

백색 검열

눈엣가시가 최상의 확대경이다. ─테어도어 아도르노   글쓰기가 자신의 존재를 건 투쟁을 역사 내내 지속하는 동안, 검열은 한켠에 도사린 채 호시탐탐 글쓰기를 베어 먹으려 했다. 소음 없는 세계를 향유하려는 욕망은 검열로 둔갑해 초인종을 누른다. 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인가? 당신이 속한 사회의 의미구조를 결정하고 관통하면서 전체 장을 뒤흔들기 때문에. 한 톨의 재산도 지위도 없는 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