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주체와 망상 기계들 : 서사는 어떻게 공예품이 되었나
1. 1975년, 스위스의 전시 기획자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은 <독신자 기계>라는 이름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는 굵직한 모더니즘 소설들과의 연관을 큰 특징으로 하고 있었는데, 제만은 프랑스 작가 미셸 카루주(Michel Carrouges)가 발표한 『독신자 기계』라는 책을 전시의 중요한 참조점으로 삼았다. 카루주는 마르셸 뒤샹의(Marcel Duchamp)의 그 유명한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1915-1923)(이하 <큰 유리>로 약칭.)에 대단히 매료되었던 작가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