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의 힘

같은 영화 속 다른 장면을 보겠습니다. 버스가 유난히 험한 길을 지나는데 이번에도 주변 환경의 소리보다는 승객들의 별 볼 일 없는 물건들이 선반과 좌석에서 떨어지는 소리만 들립니다. 접시, 냄비, 프라이팬, 베트남의 보조금 경제 시기[2]와 밀접하게 관련된 물건들입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예의 그 소녀는 쉽지 않은 여정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어 구급차로 옮겨탑니다. 이때 감독은 버스 회사 이사가 차를 타고 가며 버스 기사들의 생계 개선책을 논하는 장면을 이 장면과 병치시킵니다. 소녀가 탄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지며 다른 소리를 압도하는데, 다소 특이한 연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사가 탄 차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관객은 차의 엔진 소리나 대화 소리가 아니라 구급차 사이렌 소리만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용된 음향 기술의 제약으로 인해, 감독은 장면의 본질을 소리로 나타내기 위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말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도덕의 소리와 사회적 갈등의 섬세한 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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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wer of the Void

This essay was transcribed from a talk by Đỗ Văn Hoàng, which took place on 19 August 2018 at Six Space, Hanoi as part of the British Council Vietnam project Heritage of Future Past. I. Film restoration, in a technical sense of the term, refers to the transferring of 35mm or 16mm film prints to…